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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4 () 현재접속자 0
복숭아 문학상 수필부문 응모합니다 스크랩 5회
작성자 : 최숙(1qwas)
등록일 :
조   회 : 79
스크랩 : 5


                                                                                                                            뫼비우스의 띠를 깎으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순간이 있다. 밖이 안으로 통한 것처럼. 눈에 보이는 일상들은 표면인 동시에 이면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때가 있다. 가족이라는 틀 안으로 들어가야 할 때가 그러했다.
    검사결과는 담관암이었다. 담관암은 예후가 안 좋은 암이다. 늦게 발견되고 빨리 진행되는 암이다. 암이 발견되었을 땐 이미 늦은 거라고 의사는 말했다. 어머님에겐 3개월의 시간이 남았다고, 선고받듯이 ‘3개월’이라는 말을 들은 나는 어머님을 먼저 입원시켰다. 그리고 나는 어머님께 거짓말쟁이가 돼야 했다.
    평소에 체한 것 같다며 가슴을 움켜잡았던 어머님의 모습이 생각날 때마다 나는 죄인처럼 마음 한쪽이 저려왔다. 그것은 암으로 인한 통증이었던 것이다. 늘 참아오던 생활의 습관인지라 병이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다른 암에 비해 통증이 심했을 것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입원한 어머님은 아무음식도 먹지 않았다. 아주 조금 맛만 본 후, 이내 수저를 놓았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복숭아 좀 사오너라.”
식사가 끝나고 복숭아를 깎으려는 나를 보며 말렸다. 입맛이 없으니 냉장고에 넣어두라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밤이 되었다.
    8인 암 병실, 모든 환자가 잠들었다. 적막함을 깨고 어머님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작은 목소리로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복숭아, 깎아 묵자.”
    자다 말고 복숭아를 깎으라는 어머님을 쳐다보며 나는 앉아서 냉장고문을 열었다. 같은 병실 사람들한테 얻어먹은 것이 있으니 나누어 먹어야 도리지만 복숭아가 비싸니 나누어 먹을 수 없어서 지금 혼자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머님이 배시시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나는 말이여, 에미 잡아먹은 년이여.”
    복숭아를 깎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신은 어미를 잡아먹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어머님을 낳다가 돌아가신 모양이었다. 어머님의 아버지는 산소 옆에다 핏덩이였던 어머님을 죽으라고 눕혀 놓았다. 그 시대의 풍습이 그러했단다. 어머님은 잠시 회한에 잠기는 듯하였다.
    “복숭아 하나 더 깎아라.”
    이런 상황을 딱하게 여긴 지금의 외할머니가 어머님을 데려다 키웠단다. 그런데 형편이 어려워 학교는 근처도 못 가봤고 남의 집 애를 봐주거나 심부름하며 더부살이를 하였다고 했다. 그때 심신이 얼마나 고달팠는지 말해 무엇 하겠냐며 한숨을 지었다. 어머님은 이야기 도중에도 복숭아를 어찌나 잘 씹어 드시는지 금방 또 다 드셨다. 민요의 추임새처럼 복숭아 깎으라는 말씀을 이야기 사이사이 섞어 말씀하셨다.    
    “복숭아 하나 더 깎아라.”
    하루가 아주 길게 느껴진 어느 날, 산으로 갔단다. 그날따라 일찍 핀 복사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자신을 낳다가 죽은 얼굴도 모르는 엄마가 생각나 복사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듯이 울었단다. 그 후부터는 복숭아나무 근처를 자신도 모르게 서성이고 맴돌게 되었단다. 마치 엄마처럼 좋았단다. 복숭아 물이 묻은 손까지 핥아먹는 어머님을 보며 나는 복숭아를 또 깎았다.
    뜨거운 여름이 되자 복숭아나무에 복숭아가 저절로 열리더라.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꽃이 열매로 돌아 왔구나. 아기 엉덩이처럼 생긴 복숭아가 먹고 싶었으나 남의 것이라 퍼뜩 따 먹을 수 없었단다. 그런데도 누가와서 다 따갈까 싶어 마음을 졸이던 어느 캄캄한 밤에, 그날도 여느 날처럼 무척이나 고단했는데 무슨 맘인지 용기가 생겼단다. 한밤중 몰래 복숭아나무 밑으로 가서 하나를 땄단다. 한입 베어 무니 은은한 복숭아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 맛이 어찌나 달콤하고 부드러웠던지. 아마도 엄마 젖이 이런 맛이 아닐까 생각했단다. 나는 어머님이 더 시키지 않아도 또 복숭아를 깎았다.
    그때 복숭아 향기와 입안에 맴돌던 달콤함은 평생 잊히지 않았고 힘들 때마다 복숭아를 먹으면 힘이 났단다. 그렇다고 자주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복숭아가 흔하지는 않아서 벼르고 벼른 다음, 사먹게 되는 것이 복숭아라고 했다. 언제부턴가 남몰래 파두었을 어머님의 두 우물에서 샘물이 펑펑 흘렀다. 더 깎을까요? 라고 물을 사이 없이 나는 복숭아를 계속 깎았다. 어머님의 이야기처럼 복숭아 껍질은 구불구불 끊어지면서도 쌓여갔고 밤은 깊어갔다.
    어머님의 음성이 조금씩 낮아지더니 스르르 잠들었다. 어머님의 눈은 꿈을 꾸는 듯이 요동치다 잠잠해졌다. 나는 간병인이 사용하는 낮은 의자에서 쪽잠을 잤다. 웬일인지 요즘 들어 잔 잠 중에 제일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눈을 떴을 때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의 도형에서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지난밤에 나는 안과 밖의 구별이 없는 세계를 다녀왔던 것이다. 뭔가 심하게 꼬여있는 듯 아무것도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어머님과 나의 인연. 바라보기만 해도 무수히 많은 생각이 일어났다. 그 고리를 단번에 풀어낸 느낌이 들었다. 가까운 함께가 된 것이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따로따로 살아온 시간을 거슬러야 할 것처럼    힘들게만 생각 되었었다. 누군가의 생을 이해한다는 것은 가장 복잡하고 어려우면서도 가장 단순한 일이었다. 마치 복숭아의 표면을 깎는 일이나 먹는 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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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 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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